2008년 01월 05일
아는척 했구나
마전 취사장에서 식사하던 도중 FF8주제가가 흘러나왔다. 그때 내 앞에 있던 사람이 FF음악이군 하고 말했다. 나는 반가운 마음에 FF8음악이라 말했다. 그러자 10음악 같다고 앞사람이 주장했다. 해서 나는 FF8엔딩에 나오는 음악이라 정정해줬다.어렸을 때부터 '아는척한다'는 말을 종종 듣곤 했다. 그 때는 '아는걸 안다고 말하는데 왜 딴지를 걸까?' 하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그 이유를 알 것 같다. 상대방이 흥미있어하지 않는, 혹은 알고싶지 않은 사실을 말했기 때문이다. 나는 상대방이 틀린 정보를 가지고 있거나 가벼운 정보의 꼭지를 가지고 있을 경우 정보를 내가 아는 바른 정보로 정정해 주거나 그 정보 꼭지에 관한 내가 아는 많은 정보들을 다 풀어놓아야 직성이 풀리곤 했다. 나는 아는척 했다.

아는척 한다는것, 타인이 모를법한 정보를 내가 알아다 누군가에게 전달해 준다는것이 -참 같잖지만- 묘한 우월감을 동반했던 것 같다. 아마 내가 정보를 정확하게 정정해 본인의 정보가 틀렸다는것을 확인시켜주자 상당히 불쾌했을것이다. 내 정보는 '정확한'정보였을지 몰라도 그가 '원치않는' 정보였다. 그는 단지 자신이 그 정보를 알고있다는것을 모두와 공유하고 싶었고, 조금은 자랑하고 싶었으리라. 예컨데 대화는 행위의 정확성이나 정당성보다. 수용자가 받아들이는 결과의 유용성이 중요한것 같다. 왠지 어렸을때 내가 싫어하던 어른들이 내린 결론과 같은 결론을 내린듯해 씁쓸하다. 내가 배려가 늘어가는건지 가식과 처세가 늘어가는지 헛갈린다.

적어도 내 친구들에게는 날것의 날 보여줘야지. 단지 유용한 결과를 주는 친구들은 걸러내고, 진실한 행위를 하는 친구들을 잃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이든다. 아직은 결과의 유용성보다 행위의 진실성이 좋다. 어른이 되어가는것같아 두렵다. 언젠가 신해철이 '사랑하는 가슴은 진실이지만 연애는 기술이다.'라고 말했다는데 어쩌면 그게 답일지도모르겠다.

08 1.5
by 박경민 | 2008/01/05 10:33 | 내 생각은 말야 | 트랙백(1) | 덧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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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기억의조각 at 2008/01/05 16:47
저도 아는척을 하죠...아는 분야에서 알려주면 기분이 좋다고 할까요...
Commented by 수오 at 2008/01/06 01:14
그래도 요즘은, 내가 먼저 움츠릴 필요는 없는 것 같아서 먼저 나서서 정정해 준다. 곁들여 줄 수 있다면 그 이유까지 덧붙여서. (뭐 알다시피, 나야 미움 받든 말든 눈치 없이 막 나가는 건 예나지금이나 별로 차이가 없으니.) 옛날보다는 더 요령있게 상대방에게 그 지식이 필요한 이유를 각인시켜 주고, 그렇지도 않으면 귀찮아서 그냥 뻗대고.

근데 어느 취사장이길래 무려 FF 음악을 틀고 앉아있는 거냐, 취사 쪽 분대장이 오타쿠?
Commented by 머슬 at 2008/01/06 12:31
이거 꽤 공감. 형 블로그는 좀 무거워서 재밌게 보지는 않았는데(쏘리!) 이건 개념글. 공지로~

ps. 마지막 문장 연예->연애
Commented by 사회악 at 2008/01/07 14:05
어차피 삶의 방식도 그 사람의 성격을 파악, 대강 계산해서 맞출 순 있어.. 당연히..
그게 바로 누구나 하는 아 물론 나도 포함 이지만..
언제나 너한테는 진실된 사시미이고 싶구나..
아~! 사시미도 포장인것 같다 미안하다 막회! ㅋㅋㅋㅋㅋㅋㅋ
Commented by 박경민 at 2008/01/11 19:27
기억의조각

확실히 그렇습니다. 성공한 사람들이 풋나기들에게 자신의 성공담을 들려주길 좋아하는것과 비슷한 심리인듯 합니다. 저도 그렇구요. 대화에서 중요한게 본인의 성공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수오

그렇지, 그런데 그게 과연 옳은가 하는게 요즘 내 고민이야. 난 약해서. 미움받으면 금방 아파하거든. 강한척 하지만

머슬

네가 여기 정기적으로 들린다는 사실이 더 놀라운걸. 읽고 뭔가 느꼈다면 다행이다.

사회악

그냥 식재료로 하자. 뭘 또 칼을 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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